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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3 문화지체의 대표적 사례
                                            
                                             

폭력적인 인터넷 댓글의 폐해

문화지체라는 말이 있다.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하여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문화간의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를 일컫는 말이다. 아쉽지만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문화지체의 대표적 사례가 된 것 같아 많이 씁쓸하다.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한국 인터넷 문화의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지난 24일 충북 괴산고등학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학생들이 찍은 이른바 '하트사진'의 후유증이 그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사진의 게재 이후, 괴산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천 건의 댓글 중 일부는 '괴산고를 폭파시켜야 한다', '너희들은 뇌가 없냐. MB가 그렇게 사랑스럽냐' 라는 막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싫어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죄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막말을 써가면서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도대체 그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가? 학교에 온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그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온다면 아이들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지, 일부 네티즌이 생각하듯 정치적 판단이 따를 수는 없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선 증오를 무고한 학생들에게 보인 것은 굉장히 큰 실수이다. 괴산고 김기탁 교장은 "아이들이 '우리가 중죄를 저지른 것인가'란 생각을 하면서 가치관에 심각한 혼동을 느끼는 것 같았다"면서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 제발 무분별한 비난은 중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난이야 중단되겠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치유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 문제이다.

수준 낮은 이들의 막말 댓글은 괴산고 학생의 한마디로 자제되는 듯 했지만,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우리도 힘들었다. 우린 웃고 싶어서 웃겠습니까. 일방적으로 우릴 매도하지 말아주세요'란 한 학생의 댓글이 그것이다. 네티즌들은 즉각 괴산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학생들을 동원해 사진을 촬영했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학생동원논란’이 다. 

그러나 이것 역시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물론 대통령의 방문으로 학생들이 여러 부분에서 불편을 느꼈을 것은 분명하다. 필자 역시 청와대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경호원 등 청와대의 수칙으로 인하여 답답함을 느꼈기에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그러나 대통령 신변의 안전은 여기서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하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또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자 의무라고도 볼 수 있다. 학교를 방문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들어야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폭력적인 인터넷 문화는 우리가 바라는 생산적인 토론과 민주주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자신의 욕구와 불만을 배설하는 행위, 익명성의 뒤에 숨어 책임지지 못하는 발언에 진지하게 응대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터넷과 관련된 문화지체 현상의 극복방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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