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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3 새로운 기회의 땅, 인도
  

총 유권자 수가 7억 1,400만 명, 입후보자수가 5천명이 넘는 나라. 이중 543명만 하원 의원이 되기 때문에 경쟁률은 약 10대 1에 육박하고, 2008년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919개나 되는데 실제 의원을 한 명이라도 배출한 정당은 42개에 불과한 나라. 최근 다섯 차례 선거에서 투표율은 60%전후를 기록해서 정치 참여 의식이 비교적 높은 나라. 총선을 1달간 5차례로 나누어서 실시하는 나라(참고로 2008년 한국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46%, 지난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63%를 기록)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자국의 회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240만 원 짜리 저가차를 개발한 나라. 미래의 성장잠재력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나라. '상인은 모두 도둑이다'라는 불문율이 있는 나라.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8월 7일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맺은 인도입니다.

*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로서 실질적으로는 FTA와 동일한 성격.

인도의 경우 국민소득이 천불 정도로 아직까지 높지 않은 수준. 또한 자유무역에 대해 서 국내적으로 거부감이 존재. 그래서 협정 초기에 FTA대신 CEPA라는 용어를 사용하 자고 요청해왔고, 한국이 이를 수용. FTA나 CEPA나 모구 양국의 비준절차를 통해 발 효되므로 효력은 같음.

먼저 인도인에 대한 여담으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인도인의 협상능력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면에서 상당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인도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팔고 보면 계약을 잘 성사시켰다는 자부심이 드는 한편으로 마음 한 쪽에서는 왠지 모르게 당한 것만 같이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인도에서는 상술과 사기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표현합니다. 이 나라의 상인들은 상행위와 사기행위의 경계선을 아무 거리낌 없이 넘나들고

'속는 자가 바보이지 속인 자는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오히려 '상인은 모두 도둑이다'라는 까우띨리야(까우틸리야는 인도를 최초로 통일하여 모리야 왕조<기원전 322-185>를 세웠던 찬드라 굽타의 스승 겸 참모로 알려진 인물)의 말이 오늘도 유효하다는 사실입니다. 2500년이라는 세월동안 축적된 인도적 상식과 인도적 기준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한다고 보는 것이 인도의 시장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많습니다.

이제 한-인도 CEPA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국제무역질서에 있어서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나라입니다. 그래서 CEPA는 FTA와 동일한 개념이지만 자유무역에 대한 인도의 반감을 고려해서 CEPA라는 용어 채택했습니다.

인구 12억 명에 구매력이 세계 4위인 거대 소비시장의 문을 처음 열었다는 것은 큰 의미입니다. 인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8% 넘게 성장하면서 구입규모가 연 20%이상 급신장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개방효과도 크지만,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만큼 한국기업이 갖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04년 발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인도 CEPA로 인해 대 인도 교역액이 33억 달러 증가하고 국내총생산이 1조 3천 억 달러 증가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번 협정은 개방의 폭이 85%로 작은데다 관세인하 기간이 8-10년으로 개방속도도 느린 게 사실입니다. 또한 정부발표대로 인구12억에 구매력기준 세계4위도 의의가 크지만, 아직 인도시장에서 우리 수출의 비중은 3%미만 정도임을 가지고 판단해 볼 때, 경제규모만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은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인도 CEPA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상대방의 시장개방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협상을 추진한 첫 번째 사례로 볼 수 도 있습니다. 한미, 한-EU는 경제구조의 선진화, 소비자효용 극대화, 통상강국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등의 목적도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외의 FTA들은 초기의 시행착오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시험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한-인도는 CEPA는 인도의 시장개방을 가장 핵심적인 목표로 삼았습니다. 급성장 하는 인도의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입니다. 특히 한중일 3국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한국의 수출기업과 연관 산업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인도에서 한중일 3국은 상호 경쟁적인 품목으로 열전을 벌여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은 인도와 FTA협상중이고, 중국은 공동연구 중 입니다.

인도 샤르마통상장관은 최근 발표된 연구조사를 인용하며 외국 기업의 인도 투자 수익률이 59%로 세계1위(인도, 러시아, 브라질, 중국 순)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기업이 강한 분야인 가전과 소비재, 전자 부문에서 더 많은 투자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인도는 CEPA를 통해서 한국과 인도 두 나라 사이의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인도를 1차적으로 수출시장, 2차적으로는 값싼 임금을 이용한 제조업 생산기지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 인도는 우리 제조업과의 산업, 기술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입니다.

한-인도 CEPA는 다른 FTA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머물었습니다. 많은 품목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철폐스케줄도 긴 편입니다. 다행인 것은 인도의 관세율이 높았기 때문에 수출증대효과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도 있고, 이혜민 FTA교섭대표도 체감하는 관세 인하폭은 미국, 유럽 못지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인도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큰 호평을 받으며 일본의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 기업들의 최대 투자 대상지는 중국이었으나 이제는 인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수가 3만-4만개에 달하는데 비해 인도에 진출한 기업 수는 380여개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시장 적극적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특히 인도의 소매유통시장은 최근5년 간 연15%매출증가율을 기록 중이며, 우리의 유통서비스는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에 비해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매우 유망 할 것입니다.

1998년 인도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인도차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머지않아 시장규모가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초기시장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가차 시장 엄청난 경쟁을 벌리고 있는데, 인도의 타타그룹은 240만원대 저가차 생산하며 현대차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그동안 한국에서 부품을 인도로 수입해오면서 생기는 12.5%의 관세가 골칫거리였는데, 한-인도 CEPA가 발효되면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포스코도 잠재적인 시장 규모를 보고 투자결정을 내렸고. LG전자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에서 점유율 1위로 타 업체의 추종 불허하며 현지에서는 메이드인 인디아로 인식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협상은 중간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인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인도에 대한 투자확대나 한국 공산품 수입을 통한 소비자 효용의 극대화일까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핵심을 따로 있습니다.

한국이 인도의 제조업 문을 열고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것처럼 인도도 한국의 서비스 산업 문을 열고 서비스업으로 진출하려는 것입니다.

인도가 단순히 인구와 자원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은 사실 편견에 가깝습니다. 세계 최강의 IT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률과 회계, 경영컨설팅 업무까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의 메카라 불릴 정도로 경제체질을 바꾸어가는 중입니다. 한국의 서비스 수지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부에서 아옹다옹하는 사이에 국제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법률, 회계 분야는 72억 2천만 달러로 큰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인도 인력에 대한 포괄적 규제권을 확보해서 인도 인력의 대량유입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IT벤처기업연합회 조사결과 국내 중소벤처 IT 기업의 인도인에 대한 선호도와 채용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인도가 고급 서비스 분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인력의 국내유입은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인도의 IT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인도를 포현하는 우스게소리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인도를 먹여살리는 것은 타지마할과 스프트웨어' 라는 말입니다. 인도가 IT강국이라는 의미입니다. 종사하는 사람들이 엄청납니다. 전문 인력이라 불릴만한 사람만 해도 비정규교육기관까지 합치면 최고 80만명에 달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4%, IBM의 28% 전 세계 IT산업의 심장이라고 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전체인력의 약 30%이상이 인도 기술자들입니다. 또한 hotmail을 개발하여 MS사에 판 사람도 인도청년입니다.

인도에서 소프트웨어는 관련 분야는 꿈의 직업입니다. 법적으로 폐지된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IT산업은 하층민들이 신분상승과 함께 부를 누릴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인도로 인력난을 겪는 분야가 있으니 의료, 금융, 바이오, 식품 산업에서는 특히 인력부족상황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런 부문에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입니다.

현재 인도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매년 7%씩 성장하면 10년이면 시장규모가 2배로 커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당장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인도의 관세자체가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큽니다. 또한 인력 이동을 활용하여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올수도 있습니다.

지난 15일 중국과 아세안 FTA체결 세계최대 인구의 단일시장 출범(중국 13억 아세안 6억)하였습니다. GDP 기준으로 볼 때, 중-아세안은 6조달러, 유럽15조달러, 미국 14조달러 정도 됩니다. 그러나 중-아세안 단일시장을 무한한 천연자원과 거대한 인력이 잠재된 신흥시장의 결합으로 볼때 한국의 거대 경제권 및 신흥시장에 대한 진출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기다려 주지는 않습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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