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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8 [신비즈니스 개척자] ‘아이들과 미래‘ 송자 이사장




<자유기업원-한경비즈니스 공동기획>

총장의 新사고, 대학 운영에 마케팅 개념 도입한 세일즈 총장

이사장님은 언제나 새로운 길 개척을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을 듣고 싶은 것은 예전에 연세대, 명지대 총장님으로 계셨을 때 이루셨던 일들에 대해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대학 총장이 적극적으로 모금에 나섰다든지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더 좋은 학생을 모집하러 전국을 다니신 일들도 새로운 길이었지요.



연세대 총장이 되고 난 후, 한국일보에 <총장의 新사고>란 제목으로 칼럼이 하나 나왔던 게 기억납니다. 제가 기존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미 선진대학들이 하고 있는 것 중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들을 받아들이자고 말했던 것이지요. 이제 대학도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이것 또한 하나의 경영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경제적으로 얘기하면,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우리 대학들도 관념을 가지고 운영하고,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성장하는 데 매력이 있는 것처럼 대학도 더 많이 경쟁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을 가지고 운영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반발도 많았습니다. “총장이 무슨 술상무냐” “물건 팔려고 돌아다니는 장사꾼이냐”등 비판과 견제도 많이 받았지요. 세일즈맨처럼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자금을 모은다… 그래서 '세일즈 총장’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 <총장의 新사고>라고 하는 것은 대학을 운영하는 데 경영자적인 사고를 도입시키는 것인가요?

요새 경영이라는 건 “고객을 잘 섬긴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아서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학도 마찬가지지요. 옛날엔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교육도 수요자 중심입니다. 즉, 학생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서 충족시켜주고 그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생의 등록금이나 정부의 보조금만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무언가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오는 게 필요했습니다.



“Times goes very fast.”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지요. 전 총장에 재임하면서 '지금 다 이루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세레 요한 같은 총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성경에 보시면, 세레 요한이 길을 놓고 예수가 와서 그 뜻을 이루지요. 바로 제 뒤에 오는 총장들이 이룰 수 있도록 저는 길을 놓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때 만들어놓은 가장 크고 중요한 인프라들이 지금 대학에서도 고스란히 쓰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대외협력처와 입학관리처를 만든 것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학관리를 담당한다는 그런 취지였습니다. 그때까지 우리나라 대학입학은 12월 달에 교무처에서 하는 단발적인 행사로 끝났었지요.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절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선진 대학들을 보세요. 그들은 입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직접 찾아다닙니다. 실제로 그 사람들은 담당 지역의 고등학교들과 항상 관계를 맺고 있고, 훌륭한 학생들을 유치하고 선발하기 위해서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대외협력처를 만들면서 입학관리처와의 역할을 분리했습니다. 대외협력처는 주로 모금활동, 대학광고를 통한 학교홍보, 학부형 관리 등을 전담하였지요.

* 총장님이 만드신 대외협력처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마케팅 부서 같은 역할이 아닌지요?

그래서 제가 명지대학교 총장으로 있을 때는 아예 이름을 마케팅이라고 바꿨지요. 그리고 처음에 연세대에서 만들 때는 대외협력처란 말을 쓰지 않고 동문협력처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발전협력, 동문발전협력처 이러다가 나중에 대외협력처로 굳어진 것이지요. 따라서 하루아침에 간 게 아니라, 처음에는 동문에 포커스를 주고 모금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저는 대학도 투명해야 한다, 예산의 집행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재단 공시와 함께 대학 광고를 처음으로 신문에 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이 광고를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러나 지금 보면 거의 광고를 하지 않는 학교가 없지 않습니까? 이제 대학도 마케팅 활동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 총장님께서 대학 운영에 도입하신 마케팅 개념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하는 것들이 대부분의 대학에 퍼져나가 하나의 큰 변화를 만드셨네요



제가 총장에 출마하면서 500억을 모금하겠다는 공약을 걸었지요. 그런데 그 전에 제가 연세대 기획실장을 할 때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설립에 80억을 모금했었습니다. 85년에 100억을 했으니, 92년에는 대체 얼마를 한다고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소견발표를 앞두고 500억을 걸어 버렸지요.

* 좀 두렵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총장이면 근엄한 자리인데, 기업가들에게 아쉬운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지 않으셨습니까?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셨나요?

제가 교회를 십여 년 다닌 사람이니까, 하나님이 저를 연세대 총장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분명히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된다고 생각하면 분명히 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은 없었습니다.

모금을 하기 위해서 신문사, 대기업 회장 등 여러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과 만나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현대 정세영 회장도 큰 도움을 주셨지요.

그리고 제가 경영학 교수라 그런지 그 동안 기업가 분들과의 접촉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분들께 모금을 이야기하는 게 더 쉬웠을지도 모르지요.


* 연세대 정도면 우리나라 대학 중에서 그래도 제일 금전적 여유가 있는 대학 아닐까요?

그건 굉장히 상대적인 것이지요. 돈이라는 게 한없는 것 아닙니까. 등록금만 가지고 대학 운영하는 게 무모하기도 한 것이고요. 제가 항상 말하는 것이 “교육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버드대학이 왜 일등일까요? 다른 게 일등이 아닙니다. 투자를 제일 많이 해야 일등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투자하지 않으면 일등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교육에서 소위, 수익적 지출은 등록금이 커버해야하고 자본적 지출은 대학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봅니다.

* 그래서 모금액은 달성하셨습니까?

참여건수, 금액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총계로 따지면 2172억을 모금했습니다. 여기에 어떤 것을 넣고 빼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만, 순수한 발전기금을 보면 1383억 정도입니다. 여기에 연구비, 현물, 장학금, 학교 채권, 400교회운동, 연세사랑 저금통… 이걸 다 합치면 그 정도가 된다고 할 수 있지요.

* 500억을 약속하시고, 순 1000억 정도를 초과달성하신 쾌거를 이루신거네요.


그렇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렇게 될 수도 없고요. 벌써 그 때부터 점점 학생 수가 줄어 들어간다는 것을 예측하고 대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연세대가 경쟁할 수 있는 대학이 서울대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다양성’입니다.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을 겨냥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 가지만 잘해도 그 학생을 키워줄 수 있는 대학의 시스템과 지원에 대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네 가지 자율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누구를 가르치는지, 누가 가르치는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대한 것을 의미하지요. 그런데 소위 세계적인 대학의 총장들은 이 네 가지를 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총장들은 이 네 가지 중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지요.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누구를 가르치느냐, 어떤 학생을 뽑느냐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우리나라에서 잘못했다가는 교도소 갑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학에 충분한 자율권이 없으니 그 성장에도 한계점이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운영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실수들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하는데, 교육은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러한 실수를 일체 용납해주지를 않아요. 게다가 무엇이든지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다 보니 힘들게 되지요. 대한민국 교육은 모두 잘 하려고 하다가, 모두가 잘못 되어버리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 그러니까 정부도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다 컨트롤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못하고 이렇게 못하고… 입학사정관제도 그렇습니다. 단지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고 해서 아예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지는 것이지요. 저는 사립학교가 기부입학을 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대신 도가 지나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정부는 정부대로 다 잘 하려고 하다 보니까 문제가 되지요. 이게 규제나 제한을 확 풀어주면 확실히 대한민국 대학도 훨씬 더 잘 될 것이라고 봅니다. 공립학교는 정부가, 사립학교는 재단이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그럼 약간의 부작용만 감수하면 되는 것이군요?

마찬가지로 보면, 시장경제도 완전한 제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실패는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좋은 의미에서는 '예방한다’는 식으로 모두를 다 묶어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교육은 왜 시장경제 개념의 도입이 안 된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도무지 안 됩니다. 교육도 시장 경쟁이 있어야 하고, 일단 경쟁이 있으려면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대학 운영에 있어 학부모, 학교, 재단 이 세 개가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학부모에게 교육에 대한 선택권을 주고, 그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것이지요. 이미 다른 나라 교육권은 점차 선택권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학부모는 그런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리고 학교에게는 자유를 줘서 경쟁을 자유롭게 하고, 그에 대해 엄정히 평가받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재단하고 정부는 교육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투자 없이는 양질의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요.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확실한 인프라나 제반 환경을 구축해주어야지요.



제가 총장하면서, 대학교육이 잘 되려면 고등학교 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절반은 프랩스쿨(Preparatory School) 출신입니다. 대학에서 전문 엘리트 교육을 받기 위한 예비과정이지요.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교장을 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사명이 되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민족사관고처럼 소위 이야기하는 글로벌 인재를 만들어내는 학교, 모든 과목이 영어로 강의가 가능한 학교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투자, 학교 설립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점차 어려워지더군요. 지금 (주)대교가 경기외고를 인수했는데 이쪽 자문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 총장님께서는 학교도 주식회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금까지 저는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는 것을 솔직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 있는 중‧고등학교들을 보면 상장되어있는 학교들도 있지요. 실례로 영국의 노드앵글리아(NordAglia) 그룹은 영국 내 12개 명문 사립학교, 32개 유아 교육기관, 중국의 상해국제학교 등 전 세계 12개의 국제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천에서도 학교를 세우려고 했었지요.

* 그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꽤 괜찮은가요?

등록금 만 달러를 똑같이 냈다고 했을 때, 누가 더 잘 가르치는지를 가지고 얘기 해야지 그 학교가 주식회사냐 비영리냐 영리냐가 무슨 상관일까요? 요새 병원들도 마찬가지지요. 영리병원이면 그냥 폭리나 취하는 줄 아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영리 병원은 비영리 병원보다 더 가격이 싸고 친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영리 단체나 공기업이 사기업보다 다 잘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대학이나 병원이라고 해서 기업형은 안 된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것도 무조건 그렇게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지요.


 
아까부터 계속 강조한 내용인데요. 대학부터 먼저 얘기를 하면, 대학에게 자율권을 주고 평가를 엄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능력이 없고 시장의 룰을 위반했다면, 그런 대학은 자체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게 되겠지요. 세상에 경쟁력 있는 대학들도 자율 말고는 다른 것이 없습니다. 누구를 가르치고 누가 가르치고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치고 이 네 가지를 완전히 자율로 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학교를 즐거워서 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땐 학교가 집보다 뭐든지 좋았습니다. 그래서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학교가 집보다 환경이 더 낫다고 말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왜냐면 아직 우리나라 사고로는 “공부는 돈 없어도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돈이 없으면 제대로 공부할 수 없지요. 강남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 지 뻔히 통계에 다 나오는데 왜 그걸 부인하려고 하는지…

제일 중요한 건 학생들이 학교를 즐거워서 갈 수 있게 하고, 아파트 중산층 이상의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학교 환경이 참 불편하겠다고 느낍니다. 그러면서 사교육은 무조건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지요.

정부는 평범한 사람들이 정말로 사교육비를 쓰지 않고 공교육만 가지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여학생들과 한 번 대담을 한 적이 있는데, 학교에 가면 그냥 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공부는 언제 하냐고 하니까 학원에 가서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했든 어떻게 했든, 정부는 공교육에만 신경 써야지 사교육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거기에 무슨 부정이 있느니 돈을 어떻게 잘못해서 세금을 탈세했느니 그건 별개의 문제지요. 사교육과 교육 TV를 규제한다고 공교육을 바로 잡을 수는 없을 겁니다.


송자 이사장: 1936년생. 59년 연세대 상학과 졸업. 62년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67년 워싱턴대 경영학 박사. 67년 코네티컷대 경영대학원 교수. 76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92년 연세대 총장. 97년 명지대 총장. 2001년 (주)대교 회장. 2004년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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