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방송 산업의 진입 제한이 풀어져서 더 많은 방송사가 생기면 그런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그렇습니다. 현재 MBC, KBS, SBS 체제가 언제 어떻게 생긴 건지는 아마 잘 아실 겁니다. KBS만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는 체제였다가 KBS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MBC에게 넘기고 SBS가 생겨난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저는 MBC가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현 정부는 얼마든지 방송문화진흥회를 장악하고 MBC잡을 수 있거든요.
이처럼 관영체제 하에서는 공정성이라는 것은 결국 인사권 내지 운영권을 쥐고 있는 것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 아래에서 공정성이 추구되기가 참 어려운 겁니다. 때문에 특정세력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유혹을 느껴도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현재와 같이 방송진입이 제한되어있고 권력이 장악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을 깨려면 타방송이 진입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원해도 편파방송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국민들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6. 규제가 풀리면 대기업과 메이저 신문들이 방송산업을 독점할거라는 말들이 많은데요.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가 현행체제를 유지하자는 말인데, 현행체제의 문제점을 보고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주요 신문사나 대기업이 들어오면 나름대로의 부작용이 있을 겁니다. 들어 올 경우의 부작용과 들어오지 않을 경우의 부작용을 비교해서 파악해야지 들어올 경우의 부작용만을 봐서는 안 됩니다.
신문이나 대기업을 배제하고는 누가 들어올 수 있겠는가. 현재방송은 사양산업이며, 포탈이나 인터넷 등의 뉴미디어로 인해 요즘은 옛날처럼 광고 시장이 적다. 이런 상황에서 조그만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과 대기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신문이 우리사회에서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종이신문과 함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신문이나 대기업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좌지우지 한다는 발생 자체가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든 미디어 시장이든 과거와는 다릅니다. 예컨대 대기업이 10% 참가하는 방송이 그 대기업의 치부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치부가 다른 매체에서 드러날 경우 다른 방송이 그 치부를 눈 감을 수 있느냐. 없습니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이미 지분은 외부에 공개된 것이고 방송마저 외면받게 된다면 그 대기업의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대기업은 방송에서 돈벌자고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미지향상을 위한 것이거든요. 결국 왜곡되고 편파적인 방송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할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