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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9 같으면서 다른 북한 억류 두 사건
  
  

같으면서 다른 북한 억류 두 사건
한반도의 상황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두 사건

지난 8월 5일 유나리, 로라링 기자의 석방 이후, 한국의 유성진씨도 137일 만인 13일 추방형식으로 석방됐다. 두 사건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 현실인식의 계기가 되었으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공통적인 것은 우선 두 사건 모두 북한 정부가 키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국경을 넘어가건,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북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건 간에 북한정부에 의해 억류된 것은 비슷하였다. 둘째, 체험적이건 교육에 의해서이건 두 사건 모두 현재의 북한상황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결국은 선의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제외하고 사건의 진행과 결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하였다. 첫째가 북한에 억류된 이후의 상황이다. 한국계이건 중국계이건 두 기자에 대한 대우는 유 씨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3월30일 체제 비난과 북측 여성 종업원에 대한 탈북책동 등의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이후로 유 씨는 변호인 접견 등의 기본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장기간 억류돼 있었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가는 등 어떻게 보면 유 씨 보다 더 크게 북한 법을 위반한 두 기자들에게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한 연락이나 가족들과의 전화통화도 허용하는 등 처우가 전혀 달랐다.

이는 북한 정부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대남선전과는 달리 대외정책에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정부를 염두해 두었다는 것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효과를 얻어냈다. 민족보다 더 소중한 김정일 정권의 이익이 북한에게 최우선이었기에 일어난 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두 사건의 극명한 차이를 세 사람의 귀국하는 모습에서부터 볼 수 있었다. 환하게 웃고 안도하는 표정으로 비행기에 올라타는 여기자들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소재감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등 미국인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환영일색이었다. 그러나 귀경인터뷰에서 "무사히 돌아오게 돼 기쁩니다.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 주신 정보 당국과 현대아산,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힌 유 씨의 모습이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진 것은 나와 함께 TV를 본 사람의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왠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장기 강제 억류된 유 씨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것의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유 씨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의 언론과 사회의 인식차이가 아닌가 싶다.

두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를 보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현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남북관계는 민족적이고 감정적인 것 이상으로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밝히는 것은 이글의 방향과는 다르므로 이쯤에서 정리하겠다.

무모했고 그 결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기자정신과 피해자 입장에서 미국의 두 기자들은 미국에서 환영을 받았다. 우리도 유성진씨를 '하지 말아야할 자리에서 잘못된 발언을 하여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되었다'는 식으로만 비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금강산과 개성 등에서 북한의 현실을 보고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드는 자신의 생각을 용기 있게 이야기함으로써 100일을 넘게 억류되었던 그에게 조금 더 따스한 말로 위로하였으면 한다. 그게 보다 더 인간적이고 우리는 같은 한국인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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