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인해 6.15 선언의 합의는 어긋났음에도 일방적인 주장 펼쳐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북한의 책임은 언급 하지 않아 객관적 시각 결여돼
북한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선언에 대한 비판 없고 현 정권 규탄만 반복해
6.15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주최한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 범국민 실천대회’가 지난 14일 오후 2시에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의 대표를 비롯해,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의 단체가 참가했다.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대회는 야 4당의 대표 축사와 사회단체 대표들의 발언, 남북화해 공동 호소문 낭독과 대국민 선언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연사들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 아래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위기의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있다는 주장으로 모아졌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선언 등에 대한 아무런 비판이 제기되지 않아, 편중된 대회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잘못으로만 돌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현재 한국은 전쟁을 걱정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꿔야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며 “남북관계 악화, 이산가족상봉 금지, 금강산 관광 금지, 개성공단의 문제들은 이명박 정권의 무능함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발언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통일의 길로 나가지 않고 있다”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철회를 촉구한다”고 했으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6․15 선언 미이행시 국제사회의 불신과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역시 “6․15, 10․4 선언은 헌법적 가치가 있고 특정 정책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6․15,와 10․4 선언을 바탕으로 한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라고 말했다.
대회 하루 전인 13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를 선언했다. 6․15 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1순위가 비핵화임을 남북 공동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작업 선언 등으로 6․15 선언의 기본 합의가 파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야 4당 대표들에게 찾을 수 없었다. 특히 6․15, 10․4 선언을 북한과 합의한 민주당은 당시 대북정책 대표자로서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지만 북한에 대한 비판은 제기하지 않은 채 이를 이명박 정부 탓으로만 돌려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이 아니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 정부 비난에는 박수를, 북한의 책임 말하면 비난일색
야 4당 대표 발언 이후 각 단체장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 발언으로 전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의원의 발언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마음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 달라”는 사회자의 자제 부탁이 무색하게 행사 참가자들의 고성이 오갔다.
대학생들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공동선언 이행 않는 한나라당 물러가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김덕룡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덕룡 대표의원의 발언을 저지했다. 김덕룡 대표의원은 끝까지 준비된 원고를 읽고 무대를 내려갔지만 참가자들의 더욱 큰 목소리로 방해해 연설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어 발언한 이석택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으며,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북한은 핵무기가 무기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정책의 일환임을 기회가 될 때마다 발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북강경정책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발언 뒤에는 참가자들의 큰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날 대회에는 대학생 율동패와 노래패의 축하공연과 어린이 참가자들이 6.15 공동선언문을 낭독이 이어졌으면 행사 마지막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6.15 공동선언을 낭독하고 정부에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 이행 기간 선포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에 실효성은 의문
행사직후 주최 측은 장충체육관에서 을지로 훈련원 공원까지 거리행진을 계획했다. 약 400여명의 거리행진 참가자들이 모였으나 사전 경찰의 금지통고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주최 측은 “평화로운 거리 행진을 불허한 경찰의 태도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기에 강력하게 규탄한다” 고 주장했다. 이후 참가자들이 장충체육관 밖에서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였지만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다.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 약 1시간 동안 구호와 대표 발언을 진행하였고, 경찰의 해산을 3차례 요구 후 자진해산 했다.
남측위원회는 이달 15일부터 10·4정상선언이 나오는 10월 4일까지를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운동기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이행되지 않은 점과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당국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점 그리고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점 등 남북관계의 경색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결여되었다. 또 현재 가시화 되고 있는 북한의 3대 세습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어 남측위원회의 활동이 전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