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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8 전교조만 반대하는 교원평가
 

초중고 교사의 45%, 18만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가 최근 교원평가제를 수용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이어 교총 산하 각급 교사회와 학부모 단체들이 찬성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교원평가에 다소 소극적이던 민주당도 대변인을 통해 긍정의 뜻을 밝혔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70-80%에 이른다. 이제야 비로소 교원평가제 도입의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교원평가제는 교장, 교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교사의 학습지도와 교장, 교감의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평가하거나 만족도를 조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만큼은 경쟁의 측면에서 예외였다. 교사를 평가한다고 하면 “누가 감히”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경쟁의 사각지대에서 공교육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교육의 질은 결국 교원의 실력이 좌우하는데, 이를 평가하는 척도나 기준이 전혀 없어 교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교원평가제는 교직사회에도 평가를 통한 의미 있는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과 교사의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2004년부터 교원평가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법안은 계속 제출과 폐기가 반복되어 왔다. 이해당사자인 교원단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 탓이 컸다. 교총이나 전교조 등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거나 교사 간의 무리한 경쟁으로 인해 교육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취했다. 한국교총이 교원평가제에 대한 찬성 표명을 한 지금에도 전교조는 선(先)근무성적평가제 개선 등의 조건부를 붙여 회피하는 모습이다.

교원평가제 도입 여부를 두고도 계속된 우려가 있었다. 평가 항목이 교육과 무관한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는 주장이나, 교육주체․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교사평가에만 치중돼 있어 교육현장의 책임을 교사에게만 전가하거나 교사 통제 수단이라는 주장 등이다. 다면평가를 실시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학부모가 교육 현장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것인가 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국의 1500여개 교원평가 시범학교들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전곡초교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보내는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 설문지를 살펴보면, ▲교사가 수업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펴주는지 ▲교장·교감이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는지 등 교육 전반의 평가와 함께 교육과 관련한 문항들이 다수를 이뤘다. 평가 항목이 교육과 무관한 분야나 교사 평가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충남 부여군의 홍산중은 매년 6월 실시되는 교원평가에 앞서 학부모들을 학교로 초청해 수업을 참관하게 하고, 선생님들도 서로 수업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을 돌려 보며 평가 자료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다면평가에서 학부모나 동료 교사가 교사의 수업방식을 잘 알지 못하면서 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온정주의로 평가하던 관행도 있었지만, 3년 정도가 지나니 서로가 솔직하고 진지하게 평가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시범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모의 평가 참여율을 높이는 문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문제 등의 보완할 점도 발견된다. 그러나 시범학교 대부분이 교원평가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 전곡초교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경북 영양초교의 공개수업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학교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홍산중의 한 교사는 “다른 선생님을 평가하면서 점수를 매기다 보면 '나는 과연 이렇게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더욱 분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간 평가가 교사들의 질적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교원평가 열풍의 흐름에 비춰보면 한국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은 교원평가를 기반으로 나쁜 학교 수십 곳을 폐쇄하고 교사 수백 명을 해고하는 과감한 조치를 통해 공교육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은 학교마다 평가위원단을 구성해 1-3년에 한 번씩 교사를 평가해 결과를 승진, 보수에 반영한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일본도 교원면허갱신제도를 도입해 임용 후 10년마다 교사를 평가해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도 교원평가제 도입을 통해 세계의 공교육 혁신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남은 과제는 전교조와 국회의 결단이다. 전교조는 일단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을 벌일 모양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거부는 교원집단의 이기주의로 낙인찍힐 뿐이다. 국회도 더 이상 눈치싸움에만 매달려 공교육 개혁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원평가제가 내년부터는 꼭 실시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교원 평가와 인사, 보수를 연계하지 않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를 연계할 방안들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공교육 붕괴를 가장 많이 걱정할 일선 교사들이 교원평가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책임 있는 노력까지 보인다면, 공교육 혁신 열풍은 한국에도 불 것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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